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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된 자영업 구원투수 ‘한국형 메가 프랜차이지’
  • 작성일2022/04/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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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된 자영업 구원투수 ‘한국형 메가 프랜차이지’

바르다·써브웨이·BBQ 다점포 2배 ↑
세라젬, 오가다 120개 운영 ‘기업 점주’


대한민국 자영업이 백척간두에 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7만명. 지난해 동기 대비 7만명 감소해 1991년 4월 125만명 이후 3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도 20.12%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오프라인 쇼핑 위축이 맞물리며 나타나는 구조적 위기다.

그런데 한쪽에서 자영업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이들이 있다. 가게를 여럿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다. 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풀오토(full-auto)로 운영하는 이들은 ‘서민형 일자리’ 창출의 역군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평균 고용 인원은 4명 안팎에 달한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자료). 최근에는 거리마다 급증하는 공실을 앞장서서 채우니 로컬 크리에이터 역할도 한다.

다점포 경영 확산 배경에는 자영업의 전문화, 기업화 그리고 세대교체가 숨어 있다. 미국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MUFC·Multi-Unit Franchising Conference)를 20년간 운영해온 테어리스 틸젠(Therese Thilgen) MUFC 설립자는 “미국도 과거에는 평범한 맘앤팝스토어(mom & pop store)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1990년께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사무직 직장인이 퇴사하며 자영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전 세대

와 달리) 교육 수준이 높고 경영, 마케팅, 재무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가게 하나만 운영하는 것은 역량 있는 점주에게 성에 차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다점포 경영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다점포 경영은 어느 수준일까. 주요 프랜차이즈 70여개 다점포율과 자영업 트렌드를 살펴본다.

# ‘본죽&비빔밥’을 3개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이지인 씨(57). 주부였던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경기도 용인에서 2005년 본죽을 창업하며 자영업자가 됐다. 2008년 서울로 이사를 오며 가게도 충무로역점으로 이전했다. 2011년 다시 판교로 이사하며 판교역점, 서판교점을 추가 출점했다.

그의 매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큰 타격이 없다. 배달, 포장을 강화하고 비빔밥도 같이 파는 본죽&비빔밥으로 브랜드 콘셉트를 확장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 씨는 전국 가맹점주 모임인 ‘본사모’ 부회장을 맡아 봉사 활동을 다니는 등 사회 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식재료가 떨어지면 인근 점주들끼리 빌려줄 정도로 신망도 두텁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 시장이 초토화된 가운데, 다점포 점주 간 부침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즐비한 종각의 먹자골목 거리.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 시장이 초토화된 가운데, 다점포 점주 간 부침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즐비한 종각의 먹자골목 거리.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며 오피스 상권에 입점한 가게들의 매출이 다소 줄기는 했다. 그래도 보통 10~20개씩, 많게는 100개 가까이 단체 배달 주문이 종종 들어와 선방하고 있다. 덕분에 3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8년, 9년, 10년 이상 장기근속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돼 경기가 회복되고 괜찮은 입지가 있으면 본죽 매장을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라며 흡족해했다.

# 수제맥주 전문점 ‘브롱스’ 5개를 포함해 주점, 외식 프랜차이즈 16개를 운영했던 다점포 점주 A씨. 코로나19 사태로 주점이 직격탄을 맞자 브롱스 3개를 포함 절반가량을 폐업했다. 편의점을 17개 운영했던 다점포 점주 B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차 20개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편의점이 5만개를 넘어서며 포화도가 심각해지자 최근 2개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 남은 2개 매장도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모두 손을 뗄 생각이다. 대신 A씨는 최근 배달에 최적화된 치킨집 전망을 밝게 보고 ‘BBQ’ 매장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 시장이 초토화된 가운데, 다점포 점주 간에도 부침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장기화로 영업 중단과 제한이 반복되며 외식업 전반의 다점포율은 감소했지만, 위기 대응에 성공한 실력파 점주와 자본력이 뛰어난 법인 점주의 대량 출점이 돋보인다. 특히 브랜드 내 가맹점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최다 점포 운영 사례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위기를 못 넘고 헐값에 나온 매물을 인수, 외형을 키운 ‘전화위복형 추가 출점’이 잇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인 본죽&비빔밥 3개 다점포 점주

이지인 본죽&비빔밥 3개 다점포 점주



▶외식·커피·소매업 ‘울상’

▷편의점 2015년 이후 6년 연속 하락세

다점포율 조사 결과를 주식 전광판처럼 나타내면 파란색 하향 화살표가 절반을 훌쩍 웃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위기가 내로라하는 다점포 점주들에게도 큰 상흔을 남긴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다점포 점주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직원 고용과 성실 납세 실적을 인정해 다점포 수에 비례해 ‘손실 보상금’을 지급한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업자당 1개 매장에 대해서만 ‘지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해외 다점포 점주와의 보상금 격차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니 다점포율이 급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에머이는 아예 가맹점 수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전 100여개에 달했던 매장이 현재 60개로 거의 반 토막 났다. 다점포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원앤원은 배달에 집중한 원할머니보쌈족발은 가맹점이 2019년 239개에서 지난해 271개, 올해 330개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아류 브랜드인 박가부대&치즈닭갈비는 같은 기간 가맹점이 128개 → 125개 → 115개로 계속 감소 추세다. 큰맘할매순대국도 다점포 수가 2019년 65개에서 지난해와 올해 40개로 정체 중이다.

배달에 취약한 커피 전문점도 다점포율이 하락했다. 2016년 46.4%에 달했던 엔제리너스 다점포율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는 7.7%에 그쳤다. 엔제리너스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최다 점포 점주도 한때 18개 운영에서 올해는 3개로 6분의 1토막 났다. 이 밖에 파스쿠찌(14.6% → 11%), 이디야(11.5% → 10.5%), 스무디킹(45.9% → 41.3%)도 최근 1년 새 다점포율이 소폭 감소했다.

영업 중단 조치가 장기화된 코인노래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슈퍼스타코인노래연습장의 경우 가맹점 수는 2019년 54개에서 지난해 47개, 올해 40개로, 다점포 수는 같은 기간 16개 → 10개 → 8개로 2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소매업도 다점포가 많이 줄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채널이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양키캔들이 대표적이다. 2016년 이후 30%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했던 다점포율이 올해는 31.1%로 크게 줄었다. 양키캔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소비자와 가까운 매장에서 직접 배송하게 해 가맹점 매출을 높여주는 상생 정책을 펴고 있다. 양키캔들 관계자는 “기존 가맹점 중 상권이 안 좋았던 매장은 계약 만료 후 연장을 안 하며 정리가 됐다. 다점포 점주 중에는 온라인 매출이 잘 나오니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한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은 다점포율이 2015년 정점을 찍은 후 6년 연속 감소세다.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었지만 전국 매장 수가 5만개를 넘어설 만큼 포화도가 급증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며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세븐일레븐은 2018년 29.5%에서 2019년 24.6%, 지난해 18.4%, 올해 18%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GS25와 CU는 매년 말 기준으로만 데이터를 공개한다. GS25는 2018년 30.6%에서 지난해 말 28.4%, CU는 같은 기간 23%에서 19.1%로 역시 다점포율이 줄었다. 미니스톱도 2016년 26.2%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7.3%로 감소했다. 이마트24는 “다점포 운영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독점·장수 브랜드 ‘선전’

▷BBQ·바르다·설빙 다점포율 2배

반면 다점포율이 증가했거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며 선방한 브랜드도 적잖다.

이들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업계에서 독보적 1위 브랜드여서 경쟁 위험이 덜하거나 10년 이상 된 장수 브랜드여서 안정적이거나 배달, 포장에 특화해 코로나19 위기를 잘 넘은 경우다.

특히 배달 수요가 급증하며 치킨 업계 다점포율이 크게 늘었다. 교촌치킨(2.6% → 8.1%), BBQ(9% → 17.4%), bhc치킨(5.3% → 6.3%), 호식이두마리치킨(9.2% → 9.7%)이 대표 사례다.

BBQ의 경우 BSK(BBQ Smart Kitchen) 매장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BSK는 5000만원 내외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배달·포장 전문 매장이다. BBQ 관계자는 “매장 운영·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이 뛰어난 데다, 입지 조건에 있어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 초기 투자 비용과 고정비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배달 음식 수요 증가로 2030세대의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써브웨이는 2019년 다점포율이 22.4%였는데 지난해 36.7%, 올해는 40.5%로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써브웨이 측은 “기존 매장을 운영하며 생긴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써브웨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다점포 증가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설빙도 다점포율이 같은 기간 4.8% → 11.9% → 21.7%로 급성장했다. 설빙 관계자는 “배달 매출이 급증한 데다 대형 평수 위주로 출점하던 초창기에 비해 30~40평 중형 매장 출점이 늘었다”고 전했다.

피자마루는 다점포가 21개(2019년 45개 → 2021년 66개) 늘어 다점포율이 3.3%(7.3% → 10.6%) 상승했다. 배달, 포장에 특화된 피자 업종인 데다, 장수 점주가 많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자마루 관계자는 “10년 이상 된 가맹점이 약 190곳으로 전체 가맹점(621개) 셋 중 하나에 달한다. 5년 이상 된 가맹점을 더하면 절반이 훌쩍 넘는다. 배달과 포장 매출 비중이 40:60으로 포장 손님이 더 많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배달 비중이 25~3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더 늘었다”고 전했다.

바르다김선생도 같은 기간 다점포가 두 배 이상(2019년 12개 → 2021년 27개) 급증했다. 프리미엄 김밥 시장의 독보적 1위라는 브랜드 파워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얼마 전 김밥 식중독 사태로 2주 정도 매출이 감소했지만 최근 거의 회복한 상태다. 배달, 포장을 거의 모든 매장이 하고 있고 김밥 커팅기, 김밥 시트기(밥을 김 위에 펴 바르는 기계) 등 자동화 설비도 적극 도입하며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전 초밥 전문 프랜차이즈 미카도스시는 다점포율이 지난해 34%에서 올해 37.5%로 상승했다. 미카도스시 관계자는 “본사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가맹점이 일평균 매출 200만원 선을 유지하며 지속 출점하고 있는 덕분이다. 회전 레일 위에서 돌아가는 접시에 투명캡을 씌운 초밥류는 고객들이 다른 음식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에 안전하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배스킨라빈스(지난해 4.3% → 올해 5.4%), 한촌설렁탕(19.4% → 24.8%), 본죽(5% → 4.8%), 본죽&비빔밥(7.9% → 9%), 본도시락(5% → 6.5%), 이차돌(19.2% → 19.7%), 샐러디(19.8% → 19.8%), 셜록홈즈(50% → 50%)의 다점포율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디 관계자는 “보다 건전하고 모범적인 다점포 관리를 위해 내부 규정상 무분별한 추가 출점을 지양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다점포 출점에 대한 대기 수요는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최다 점포·법인 점주 약진

▷세라젬, 오가다 120개 운영 ‘기염’

올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최다 점포 점주와 법인 점주의 약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개 이상 가맹점을 운영하는 최다 점포 점주가 있는 브랜드는 3개를 넘지 않았다. 올해는 5개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자본력이 월등한 법인 점주다.

특히 한방차 프랜차이즈 오가다의 경우 의료기기 전문 업체 세라젬이 업무제휴를 맺고 무려 120개점을 ‘웰카페’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게 눈길을 끈다. 오가다 한방차와 세라젬의 주 고객층이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임에 착안, 한방차를 마시러 온 고객이 세라젬도 체험해보도록 하며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린 전략이 주효했다.

피자헛은 부산 지역 메가 프랜차이지(기업형 점주) 기업 진영푸드가 22개점을, 스무디킹은 모 영화관 운영 기업에서 10개를 운영한다.

개인 점주가 운영하는 최다 점포 수도 곳곳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

BBQ가 대표 사례다. BBQ 최다 점주는 지난해 7개 운영에 그쳤지만 올해는 13개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이 밖에도 맘스터치(4개 → 8개), 도미노피자(11개 → 12개), 더본코리아(4개 → 8개), 써브웨이(6개 → 8개), 파스쿠찌(6개 → 7개), 샐러디(6개 → 7개), 설빙(3개 → 6개), 스무디킹(개인 3개 → 5개), 본아이에프(3개 → 5개), 미니스톱(4개 → 5개), 미카도스시(3개 → 5개), 크린토피아(4개 → 5개) 등의 최다 점포가 잇따라 추가 출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자영업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구조조정을 거치며 미국처럼 메가 프랜차이지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 시장이 양극화되고 실력파 점주의 외형 확장이 지속되며 다점포 경영의 전문화, 기업화, 대형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원문 출처: https://www.mk.co.kr/economy/view/2021/928034